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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라일락 : 2023,08,25 21:55   |   조회수 : 92
“상세하게 파실 필요도 없으세요. 그저 외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들만 대충 알아봐 주시면 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 같으니.”

여전히 그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건 못돼 먹은 마탑주를 무너뜨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배 속에 잘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간땡이가 부어오른 마탑주는 여기저기 증거를 흘리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상세히 조사하지 않아도, 조금만 파면 그가 했던 일들에 대한 증거를 이리저리 찾을 수 있을 거다.

독점적으로 마도구를 만들어 내는 마탑이기에, 다들 어떻게 운영하더라도 원래 저렇구나 생각하고 있을 테니.

“충분할 거 같다?”

“네. 최근 마탑에서 나오는 마도구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나요? 대충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고 이야기했을 거 같은데.”

황제의 얼굴이 조금씩 변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라는 표정이었다.

“최근에 제가 사던 보석들의 가격도 올랐거든요. 원래 뭐 하나 오르면 같이 올리는 게 시장의 법칙 아니겠어요?”

“그런 걸로 어떻게 알았다는 거지?”

아무 때나 제가 미래가 보여서요, 이런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정보만 잔뜩 알면 미래를 들먹거리며 편한 길로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아는 정보가 적은 게 문제다.

이 시점에선 소설에서 언급되는 내용도 아니었으니까.

특히 마탑에 관한 것도 그렇다. 그X가 뒤로 삥땅을 어마어마하게 치고 있을 테니 그 증거를 밝히면 될 거 같아요. 라는 말보단 대충 돌아가는 상황으로 파악한 거다라고 하는 게 내가 무능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 미래가 적어진다면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될 것이었다.

그 전까지 미래를 조금씩만 참고해 잘 써먹어야지.

“최근에 제국에서 물가가 오를 일이 없었어요. 광산이 발견돼서 원재료 수급도 좋아졌고, 생필품들도 마찬가지였죠. 가뭄도 없어 농사도 잘되고 있는 시점이니까. 그런데도 전체적인 물가가 올랐다는 건 누군가가 먼저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게 마도구였다?”

“네.”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최근에 시장이 변동이 있길래 알아보니, 그 시작점이 마도구이긴 했다. 단순한 생각으로 그것까지 알아맞히다니…….”

“솔직히 조금 찔러본 거긴 해요. 일개 영애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저 시장 가격이 그렇게 변동이 심한데 못 잡고 있는 걸 보면, 무언가 건들 수 없는 것의 가격이 올라서 그랬겠거니 한 거죠.”

“흐음.”

“황제 폐하께서 이런 걸 그냥 두실 분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자신에 대한 칭찬이라 생각한 건지 황제의 입술이 살짝씩 움찔거렸다.

“짐이?”

“네. 유능하시잖아요.”

“흐음.”

“제가 봐 온 황제 폐하는 그러셨어요. 매사에 철두철미하신 것 같았거든요. 그러니 제 부모가 결혼시키려던 후작의 약점을 잡고, 백작 부부가 해 온 만행들을 모두 밝히며 저희를 구해 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철저한 면이 있기에 황제가 되었겠지. 언제나 황제는 완벽한 사람으로 표현되었고, 실제로도 그는 완벽한 사람 같아 보이긴 했으니까.

“짐은 그리 꼼꼼한 사람이 되지 못해. 그대에 관한 건……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우연의 연속이었을 뿐.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그대를 내 곁에 두기로 마음먹은 것뿐이야.”

“그런가요?”

묘하게 그가 쑥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제가 쑥스러워할 리가 없는데, 자꾸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짐은 운명이란 말을 싫어했다. 세상에 운명은 없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허상은 약점만 만들어 낸다 생각했으니까.”

“아.”

“어릴 적에는 그런 운명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규칙적인 일상에 변칙적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자라나고 나서는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했지. 그런데 지겹도록 규칙적인 일상에 변칙이 생겼다. 그대로 인해.”

평소랑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황제를 보며 어쩐지 입을 놀릴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그대에게 하는지 모르겠군. 나와 어울리지 않게 감성적이 되어 버리는 모양이야. 아니면 어쭙잖은 칭찬에 마음이 동해 버리기라도 한 모양인가.”

그의 표정이 다시금 굳었다. 방금 전까지 묘하게 편안해 보였던 표정이 사라졌다.

“그래서.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지. 그대의 말에 따르면 마도구의 가격이 오르는 건, 내가 잡지 못한 물가였기 때문이라는 거지?”

“네.”

“그래. 그 부분은 맞다. 마도구의 경우 우리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지. 솔직히 다른 나라에서도 마도구를 원하는 자들은 많기에 저들이 가격을 올린다 해서 제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야. 그냥 다른 나라에 팔아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기에 마도구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조사만 해 주시면 충분해요. 가격이 올라도 잡을 수 없는 물건! 그것은 딱 삥땅 치기 좋은 물건! 아니겠어요?”

손가락을 입술 위에 올려 가며 환하게 웃었다.

“삐……삥땅?”

“아, 아니. 삥땅은…… 어…… 그러니까 뒤, 뒷돈 챙기기 딱 좋다구요. 그러니 원자재 가격만 알아봐 주시면 돼요. 그거면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 말에 그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게 자주 보이는 표정. 나 같은 인물은 처음 본 것처럼 그는 가끔 저런 얼굴을 했다.

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으면서도 부정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뭘 알아서 한다는 건지 흥미롭고 재미있군.”

“여러 가지로요. 어찌 되었든 나는 마탑주를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대가 마탑주를 상대하겠다?”

“황제 폐하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죠?”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하려는 마탑주를 좋아하는 황제가 있을 리 없었다.

마탑주가 계속 존재하긴 했지만, 과거에도 마탑주는 존재했지만, 지금의 마탑주처럼 행동하진 않았다. 그러니 황제에게도 꽤 골머리 썩이는 존재일 거다.

“글쎄.”

“제가 치워 드릴게요.”

“날 위해?”

“아뇨?”

“……단호하군.”

왜 당신이 조금 섭섭한 표정을 짓는 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여기서 당신을 위해 치워 준다는 말을 해 주길 원하는 건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오해할 만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좋잖아요. 제 모든 행동은 오직 샤샤만을 위한 거예요.”

“그래 그렇게 계속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네.”

잠시 동안 둘 사이에 적막이 찾아왔다. 그는 내가 따라 준 찻물을 단숨에 들이켜고선 찻잔을 쿵 하고 내려놨다.

“나는…… 똑똑한 여자는 싫어한다.”

“다행이네요.”

“……응?”

“싫으면 좋은 사이 아닌가요. 저희.”

“그렇군.”

“그러니 걱정 마세요.”

서로 좋아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그제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이지?”

“황제 폐하께서 후작에게 돈을 물어 준다 하셨잖아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문제인 듯 그가 한발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

“그건 어떻게 되었나요?”

“왜. 후작에게 마음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요. 빚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요.”

“빚?”

“네. 폐하께서 절 위해 힘써 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폐하께 빚을 지게 되는 거잖아요.”

황제가 나중에 다른 걸로 갚으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니, 빚은 사전에 없애 두는 것이 좋다.

“걱정 말도록.”

“네?”

“그대가 신경 쓸 일 아니다. 짐이 그리한다 했으니 그리된 것이다. 그것이 빚이라고 생각하지 말도록.”

“후작이 없던 일로 하거나 그러지 않았나 보네요.”

아주 조금은 기대했었다. 황제에게 기가 눌려 결혼을 아예 없던 일로 하는 후작이라든가, 돈을 돌려주는 백작 부부라든가.

쥐똥만큼 기대했는데, 역시 똥은 똥이다.

그들이 돌려줄 리가 없지.

‘하긴. 후작이 돌려 달라 했어도, 백작 부부는 그 돈을 절대 돌려줄 리 없었을 거야. 샤샤가 없는 지금 처참한 상태일 테니.’

황제에게 돈을 돌려받는 걸 꺼림칙하게 생각해서 후작이 안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네.

“나중에 그 돈은 꼭 갚을게요.”

“무슨 수로?”

“……어떻게 해서든……요.”

나중에 문제 삼는 건 딱 싫다.

“걱정 말도록. 그 돈은 다시 돌려받을 생각이니.”

“네?”

“오늘 할 말은 다 끝난 거 같으니 이만 가 보도록 하지.”

그 말이 끝이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계속할까 봐 그런 건지 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차 잘 마셨다.”

“아…… 가시게요?”

“더 있었으면 하나? 아쉽게도 그대는 내 취향이 아니거든.”

“폐하도 제 취향이 아니세요.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거니 걱정 마세요.”

“……걱정 말라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하든지 해야지.”

쯧 하는 소리를 내던 그는 몸을 휙 돌렸다.

“폐하?”

“자세한 건 바룸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지. 마탑주에게 가는 날은 미리 고지하면 마차를 준비해 놓을 테니 준비가 끝나면 이야기하도록 해.”

“네.”

그 말이 끝이었다. 황제는 뭔가 심히 못마땅한 사람처럼 그렇게 가 버렸고,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비어 버린 주전자를 흔들었다.

“물 먹는 하마라니까. 다 먹어 버렸네.”

한 잔 마시는 사이 이걸 다 비우다니. 원래 저렇게 차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몸을 주욱 늘어뜨렸다.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할 일이 정해졌다. 마탑주. 이제 그자를 처단하러 갈 시간이다.

* * *

며칠 전, 바롬을 통해 황제는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려 왔다.

그걸 받은 후, 나는 바로 마탑주와의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언니…… 마탑에 가는 거예요?”

“응!”

“아아……”

“언니가 다시는 마탑에 안 가도 된다 했는데, 가게 해서 미안. 그래도 오늘만 가면 더 이상 갈 일은 없을 거야. 샤샤가 원하기 전까지는.”

내 말에 샤샤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샤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샤샤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 스타베팅 목을 쳐야 하는 날이기에 샤샤는 꼭 함께해야만 했다.

샤샤가 나와야 마탑주가 본색을 드러낼 테니까.

“정말 괜찮을 거야.”

“응. 걱정하지 않아요. 언니랑 함께 있다면.”

웃는 샤샤를 보며 난 나갈 채비를 마쳤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황제의 기사들 일부가 우리 마차를 따라올 예정이었고, 말로만 듣던 쌍둥이 기사라던 론과 켄도 함께였다.

“나가실 일이 없어서, 그동안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네요.”

마차에 함께 올라탄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장난꾸러기 쌍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우리가 앉고 나서야 자리에 착석했다.

“궁금했습니다. 어떤 분들이실지.”

“인사를 드리러 가려 했는데, 별일이 없으면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별궁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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